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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리뷰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Nudge>

by 포리_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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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릿말

 우리는 선택 설계자가 만들어놓은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환자에게 여러 치료법을 설명해주는 의사도, 자녀의 성적향상을 바라며 다양한 제안을 하는 부모도, 직장에 찾아와 카드나 보험을 파는 세일즈맨도 선택 설계사다. 선택 설계는 얼마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대형 마트나 이케아에 갔을 때 해당 층을 모두 돌아본 후에야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케아의 경우에는 전시장을 관람하는 것처럼 치밀하게 설계된 인테리어 디자인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선택 설계자가 치밀하게 개입했음이 분명하다.

 넛지란 선택 설계자의 기술로서, 사람들에게 금지하거나 강제하지 않고, 또는 경제적 손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일을 눈에 띄는 곳에 두는 것은 넛지이지만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지난 달에 급여에 비해 큰 소비를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 얼마나 넛지가 큰 개입을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만하면 넛지를 이해하고 나도 넛지해야 하지 않을까?

 

2. 줄거리

 인간의 인지오류에 관한 부분을 첫 장에서 다루고 있다. 먼저 자동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자동 시스템은 생각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고 편리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공을 피하거나 귀여운 무언가를 보고 미소 짓는 행위가 숙고 시스템을 거쳐서 일어난다면 참 곤란할 것이다. 숙고 시스템은 여행 계획을 짤 때나 진로를 결정하고 투자 계획을 세울 때처럼 의식적이고 보다 적극적이다. 진정한 언어 숙련자라면 해당 언어를 자동 시스템을 사용해 구사하겠지만 모국어가 아닌 이상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렵다. 숙고 시스템에서 자동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정도가 높아질수록 훌륭한 언어 구사자가 될 것이다. 이런 자동 시스템과 숙고 시스템의 상호작용은 기준선 설정, 입수가능성, 대표성 등의 작용 원리로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논리적 오류를 범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키가 2m인 흑인이 키 1m 68cm 유대인보다 프로 농구선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표성을 띤 관념이 옳은 경우가 많겠지만 무작위의 정보에 대해 자신이 가진 대표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대입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인간은 대부분 비현실적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이 상위 50%안에는 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운전자는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우스갯소리로 소개되지만 섬뜩한 부분은 결혼이다. 50%의 인간이 결혼 후 이혼을 선택하지만 결혼할 무렵의 부부는 자신의 결혼이 이혼으로 귀결될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믿는다.

 이런 인지의 결함을 갖고 있는 우리 인간은 유혹에 맞서 싸울 때 어떻게 해야할까? 유혹은 냉정한 심리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과 거리가 멀다. 흥분을 동반하며 이미 감정적 흥분 상태에 돌입한 우리는 냉정적일 때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세일을 하는 백화점에 가서 계획하지 않은 물건을 산다거나, 예상치 않은 성관계를 한다거나, 술을 마신 후에 계획되지 않았던 결정을 내린다거나 하는 것들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유혹이다. 흡연, 알코올, 과도한 대출 등에 노출된 사람들도 유혹의 문제에 영향을 받는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아가 2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하나는 계획하는 자아로 우리의 장기적인 계획과 번영을 추구하지만 행동하는 자아는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이것을 이해하고 훈련하는 것이 자아통제의 첫걸음이다.

 평범하지만 이해가 쉬운 예시로 아침 알람이다. 낙관적인 계획적 자아는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새벽 6시 30분에 알람을 맞추지만 시간이 다다랐을 때 행동하는 자아는 알람을 끄고 30분을 더 잔다. 계획적 자아는 일부러 휴대폰을 침대에서 멀리 떨어뜨려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동 자아가 휴대폰을 조작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갈 정도로 강력하다면 계획 자아는 또다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 아침 알람과 동시에 조명을 키는 전략을 사용하면 행동 자아의 활동영역이 줄어들고 계획 자아가 눈을 뜨는 편이다.

 인간은 각종 사고 편향과 인지 오류를 갖고 있고 이 세상은 선택 설계의 세계이다. 사람들의 최소 저항 경로를 따라 디폴트 값이 설계되어 있고, 오류를 반영하여 설계되어 있다. '넛지'는 투자 포트폴리오, 주식, 모기지, 대출, 보험 등 우리 생활 속 행동경제학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서 우리에게 조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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