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읽게 된 계기
도시에 살며 아파트 생활을 하고, 다음 집은 어디로 이사갈까 부동산 어플을 들락날락거리는 현실이지만 커다란 통창에 볕이 잘 드는 2층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다. 찾아나서다 보면 도시의 타운하우스는 너무 비싸고 조금 더 벗어난 교외지역의 전원주택마을을 보게 된다. 부모님이 사시는 시골집을 허물고 집을 새롭게 지어볼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한다. 항상 이런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자본주의다. 자연으로 귀의하고 싶은 마음을 꺾는 것은 내가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이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는다는 책의 제목은 혹시나 이런 방향성에 불씨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머리말을 읽으면서 든 생각
이 책은 2013년에 쓰여졌고 리먼 사태로 인한 여파가 세계 각국에 스며들어 바닥을 다져가던 시기였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실체경제의 성장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두면 주가가 올라 돈이 점점 불어나던 시대는 끝나버렸다. 그러나 모두가 하나같이 노후대비를 연금에 의지하려 했고, 어떻게든 예정대로 돈을 불리고 싶어 했다. 그 결과 거짓말로 유지되는 고금리 금융상품에 전 세계의 연금머니가 쇄도하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2012~2013년. 지금으로 부터 10여년 전에는 '아파트는 끝이 났다', '살기 좋은 전원주택 찾기' 등의 주제로 쓰여진 책이 유달리 많다. 리먼 브라더스의 여파로 인해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었고 사람들의 삶과 끈끈히 묶여있던 아파트 가격이 고통과 연민을 낳았다. 아파트의 시대는 영원히 끝날 것만 같았고 이제는 자연을 찾아 평화를 추구하는 삶이 새로운 주류가 될 것만 같았다. 경제 침체 시기에 우리 나라는 유달리 아파트의 대체재가 부각되고 그 측면이 과장되는 면이 있는데 이 책이 쓰여진 일본도 마찬가지였나보다.
경기 침체의 원인을 경제에서 찾지 않고 인구의 감소의 여파에서 찾는 것도 요즘 떠도는 말과 틀린 것이 하나 없다. 현상의 결과를 두고 원인을 갖다붙이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는 모 소장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책의 중심 맥락이 이런 것은 아니니 비난은 여기까지 하고 줄거리를 알아보겠다.
3. 줄거리
오카야마현의 마니와시의 모습이다. 시 면적의 80%를 산림이 차지하는 산촌지역이며 대부분의 가옥이 목조주택으로 되어있는 것을 구글 맵을 통해서도 확인가능하다. 이곳에 산촌 자본주의가 있다. 나뭇조각을 이용한 바이오매스 발전시설이 그 핵심이다. 산업폐기물로 처리되는 나뭇조각을 모아 2013년 기준 연간 1억5천만 엔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발전 시설을 갖추는데 10억엔이 들고 각종 경기 침체를 겪다보니 적자로 도산할 뻔 했던 나카시마 씨는 전력회사의 자연에너지 도입이 의무화되며 손익분기점을 지나 흑자전환했다고 한다. 게다가 톱밥을 압축해 만든 펠릿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며 올리는 수익도 있다. 또 한가지는 친환경 스토브이다. 연통에 나무를 연료로 넣고 태워 취사를 하는데 이용하는 가정 단위에서의 산촌 자본주의인 셈이다.
산촌에 나름의 생활방식이 있고 그만의 자본주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또 여기서 수익을 창출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찾는 것은 더 큰 보람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나무를 태우는 과정이 있었고 그것 또한 탄소배출로 이어지는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스트리아는 이런 산촌 자본주의가 꽃을 피운 나라이다. 발전에 관한 부분은 언급을 했으니 건축도 잠깐 짚고 넘어가볼 만하다. 현대 건축물은 철근 콘크리트와 동의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를 과연 목재가 대체할 수 있을까? 책에서 소개되는 것은 CLT(Cross Laminated Timber)다. 직각으로 겹쳐진 집성재로 그 강도가 콘크리트에 필적한다는 것이다. 보통 목재건축은 기둥과 대들보에 나무를 이용한 건축방식이지만 CLT는 나무를 번갈아 겹쳐놓은 것이라 벽체, 천장보, 바닥 등까지도 활용이 가능하다. 골조 면에서 훨씬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곳곳에서는 CLT로 만든 목조고층건물이 세워지고 있다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으니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에는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책을 읽으면 이런 점이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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